나의 부족함 마주하기
며칠 전 잘 해내지 못한 일 몇 가지에서 내가 잘 못하는 한 가지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드백을 받아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나는 동일한 실수를 또 했다.
전문성 형성, 믿을 수 있는 직관이 형성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 타당성: 직관이 적용되는 영역에 어느 정도 인과 관계와 규칙성이 존재해야 한다.
- 피드백: 자신이 내린 직관적 판단에 대해 빨리 피드백을 받고 이를 통해 학습할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이라고 한다.
거꾸로 말하면 수십 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하면서도 타당성과 피드백이 부족한 환경에서 일한다면 전문가가 되지 못한다.
타당성을 높이려면 변수를 제한하고 실험을 하면서 규칙성과 인과관계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면 된다.
그리고 피드백을 높이려면 동료나 상사, 아니면 어느 곳이든 직접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하면 된다.
나는 이런 환경에 있는 것이다. 참 복 받았다 라고 생각하자.
처음 나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았을 때는 솔직히 '빨리 이런 습관을 고쳐야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칠 방법을 찾아내기도 전에 또 일이 터지니까 이 점을 못 고쳤을 때의 두려움이 몰려와 잠시 패닉 상태가 되었던 것 같다.
이런 나를 보고 동료분이 다시 보여주신 짤이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짤을 3번 소리내서 읽어보라고 하셨다.(ㅋㅋ)
왜? 저렇게 생각하는 것이 나와 팀에게 도움이 되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저 뻔뻔한 표정을 하고 있는 짤처럼 멘탈을 빨리 추스르고
나는 완벽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이 부분이 부족한 나를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빨리 아래와 같은 과정을 수행할 용기를 가지라
는 것을 알려주시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실수는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실수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실수를 조기에 발견하고 빠른 조치를 취한다.
실수는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다. 대신 그 실수가 나쁜 결과로 되기 전에 일찍 발견하고 빨리 고치면 된다. 즉, 실수 관리를 하면 된다.
그리고 학습을 통해 다음 행동할 때는 이렇게 하자는 계획을 세우자. 즉, 2차적 실수 예방을 하자.
그리고 다시 한 번
실수가 나쁜 결과를 내기 전에 빨리 회복하도록 돕고, 실수를 공개하고, 실수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배우는 분위기를 가진 실수 관리 문화, 동료
가 있는 곳에서 일하고 있음에 감사하자.
그리고 나도 그런 동료가 되자.
다시 돌아가서 내가 잘 못하는 한 가지 습관은
A라는 사실과 B라는 사실을 연관시켜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몇 가지 사건을 되짚어보았을 때 정확하게 말하면 나의 논리엔 구멍이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결과 현상(또는 문제 상황)에서 원인까지 도달하는 논리에 연결 고리가 몇 개 빠져있거나
(문제 상황 -> A -> ( ) -> B -> 원인 이런 경우)
추론으로 A라는 사실과 B라는 사실의 관계를 채워 넣는 습관이 있다.
(문제 상황 -> A -> C -> 원인 이 맞는데 문제 상황 -> A -> B -> 원인인 거 같아요라고 하는 것)
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천천히 생각해보니 사실 이렇게 디버깅 결과를 내다보면, 마음속으로는 확신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상대방에게 설명한다고 했을 때 '이 부분에 대한 근거가 뭐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에 대한 합당한 대답이 없고, 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왜 없는지에 대한 대답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것에 대한 해결 방법을 논리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습관 회고를 통해 나름 정해 본 실수 관리 법은 아래와 같다.
- 디버깅과 압박감에 급하게 결론짓고 싶어 하는 내 상태를 알아차리고 stop 시키기
- stop 시킨 뒤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기
- 남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결론에는 근거를 붙이기. CTO님이 '근거가 뭔가요?'라고 물어본다고 상상하자.
- 꼼꼼하기. care to detail.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또 이런 실수를 하게 될 거고, 또 다른 나의 부족함을 마주할 것이다.
그때 이 두 짤을 빨리 떠올리자.